예문(例文)도 알려주세요

한자의 어원, 정확하게는 자원(字源)은 아직 연구 중인 분야(문자학)로 학계에 의해 정확하게 그 자원이 밝혀진 글자도 있지만 以나 與 같은 글자는 그 어원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단지 학자들마다 이설이 분분할 따름입니다. 국내의 몇몇 학자들의 설과 중국학자들의 설을 취합·정리하고 개인적인 풀이도 함께 적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之(갈 지): 이 글자는 자원이 분명한 글자인데, 가장 오래된 글자형인 갑골문을 보면 오른발을 그린 止(그칠 지) 자 밑에 땅을 뜻하는 지사 부호 一을 더해 '가다'의 뜻을 나타낸 글자입니다(지사자). 그 음 [지]는 止의 음 [지]에서 온 것이고요. 다만 이후 어휘와 어휘 사이를 구분짓는 어조사의 의미와 '그것(it)'이라는 뜻의 지시대명사로도 쓰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가차'라고 설명하는 줄 압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是가 '이, 이것'의 뜻에서 나아가 '...이다'라는 뜻을 가진 말처럼 쓰이게 된 것과 비슷하다고 여기는데, 현대 중국어에서는 是를 마치 영어의 be동사처럼 '...이다'라는 뜻을 갖는 동사로 취급하여 사용하지만 원래 한문에서 是가 '...이다'로 해석되는 경우는 be동사의 쓰임이 아니라 앞에서 나온 주어를 강조하는 '이것'의 의미로 쓰였던 것입니다.
예) 吾是朝鮮人也: (직역) 나, 이것은 조선인이다. → (의역) 나는 조선인이다.

이런 문장들과 쓰임을 후세의 사람들이 是를 be동사인 것처럼 잘못 문법화해서 받아들인 결과로 현대 중국어에서는 是를 be동사로 쓰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之자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잘못 쓰이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이 사항을 증명하려면 갑골 복사와 청동 종정문 등 古文에서의 之의 쓰임을 시대 순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2. 以(써 이): 이 글자는 '쓰다', '하다'의 뜻을 가진 타동사로 한문 문장에서는 주로 문장 속에서 다른 동사구들과 연용하여 쓰이는 까닭에 '써 이'라는 훈음으로 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글자의 자원은 분명하지가 않은데, 먼저 하영삼 교수의 한자어원사전의 以 자 설명을 찾아보면 하영삼 교수는 '쟁기같이 땅 파는 농기구를 그린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耜(보습 사) 자에서 힌트를 얻은 설명으로 보입니다. 耜 자의 오른쪽에 들어있는 㠯 자가 以의 원래 글자인데, 그 갑골문을 찾아보면(http://chineseetymology.org/CharacterEtymology.aspx?submitButton1=Etymology&characterInput=%E4%BB%A5 를 참조), 이 설이 사실일 경우 전체를 보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ㄱ 자 부분의 보습 부분과 흙덩이(土의 흙덩이 부분)를 그린 ○ 부분으로 나누어서 풀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국 학자들의 설명을 찾아보면, 以 자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사람이 손에 물건을 든 모습으로 풀이하고 있는데(http://humanum.arts.cuhk.edu.hk/Lexis/lexi-mf/search.php?word=%E4%BB%A5 를 참조), 이 사이트에서 갑골문 자형으로 제시된 첫번째 자형(사람이 무언가를 손에 집고 있는 모양)은 氏 자의 갑골문 자형이라고 알려진 글자여서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자형이 氏 자라 하더라도 以의 자형은 氏의 손 부분만 따로 떼와서 만든 글자로 볼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람이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에서 '쓰다(=用)', '하다(=爲)'의 뜻이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글자의 일부분만을 취해서 다른 글자로 독립시키는 예는 爲(할 위) 자에서 분화된 危(위태할 위) 자의 갑골문에서도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글자의 갑골문과 금문 자형을 유심히 살펴보면 已(이미 이)나 巳(뱀 사) 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巳(뱀 사) 자는 갑골문을 보면 子(아이 자)에서 갈라져 나온 글자로 태아의 상형으로 알려진 글자인데 금문에서 '마치다'의 의미로 쓰였고 이후 이 의미가 已(이미 이)로 분화되었음을 생각해보면 以 자는 어미의 배에서 막 나오기 시작하는 태아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이 글자는 子(아이 자)를 뒤집은 돌(아이 태어날 돌, 㐬에서 川을 뺀 글자) 자에서 분화된 글자로 아이가 머리부터 어미의 몸에서 막 나오려는 모습을 그려 '처음, 시작하다'의 의미나 '쓰다', '하다'의 뜻이 나온 것으로 봅니다. 이후 여기에 口(입 구)가 더해진 台(별 태, 기쁠 이) 자에서 파생된 始(처음 시) 자나 胎(아이 밸 태) 자는 좋은 증거입니다. 巳(已) 자는 以를 뒤집어서 아이가 다 나왔다는 데서 '마치다'의 뜻이 되었습니다. 以와 巳/已 자와의 관계는 以 자의 발음 [이]와 그 파생자들에 보이는 [사]의 발음(예: 似, 耜, ...)에서 증명이 가능합니다. 음의 어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연구가 끝났지만 이 이상 깊게 설명드리면 음운학적인 설명으로 빠져버리게 되므로 음 [이]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以 자의 자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以 자의 정확한 자원은 아직 미상(未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以 자는 㠯의 형태에서(이 형태의 자원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른쪽에 人(사람 인)이 더해져 지금 글자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쓰다'와 '하다'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人(사람 인)을 더해 그 의미를 강조한 것이지요.

3. 而(말이을 이): 이 글자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구분지어주는 접속사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쓰여 순접이나 역접의 뜻을 나타냅니다. 정확히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구분해주는 말일 뿐이어서 순접과 역접의 구분은 문맥의 의미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며 而 자 자체에는 '그리고'나 '하지만'이라는 뜻은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자는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턱 부분과 턱수염을 그렸습니다. 耐(견딜 내) 자가 턱수염을 손으로 잡아당기는 고통을 견딘다는 뜻의 글자지요. 이후 잘 이어진 턱수염의 뜻에서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사의 쓰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4. 欠(하품 흠): 이 글자는 어조사라 볼 수 없습니다. '하품', '입 벌리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갑골문자를 보면 사람이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의 상형으로 밑에 人 부분이 人(사람 인), 위의 ク 부분이 口(입 구)를 90도 회전한 자형의 변형입니다. '하품'이라는 뜻과 하품 소리와 비슷한 [흠]이라는 발음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입을 벌려서 무언가를 한다는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飮(마실 음)에서는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歌(노래 가)에서는 노래하는 행위를 강조하였습니다.

5. 與(줄 여, 더불 여): 이 글자는 금문 자형이 네 손을 그린 舁(마주들 여) 자와 동물의 어금니를 그린 牙(어금니 아) 자로 어금니를 서로 교환한다는 의미를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다', '함께하다, 더불다'의 의미가 나왔습니다. 다만 왜 '어금니'를 교환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중국 학자들은 古人有贈牙的習俗，流傳至今，高山族泰雅人、布依人和曹人等部族仍有「贈牙締婿」之俗。(옛 사람에 어금니를 주는 습속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전해져 와 고산족의 泰雅人, 布依人, 和曹人 등 부족에 어금니를 주고 사위를 데려오는 풍속이 전해져 온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