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정 자체가 모순이 있습니다.

"이와 동일한 발음의 한자어 髣髴이 생겨남"과 "원래 '난발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는 단순 한자어(연면자가 아님)였으나"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말입니다. 단순 한자어라고 함은, 髣髴이 髣이라는 한자와 髴이라는 한자가 먼저 있었고 이 둘을 한자어의 짜임에 맞추어 만들어진 한자어라야 성립하는 말인데, "동일한 발음의 한자어"는 연면사를 말합니다.

2. 다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최초에 한자어의 짜임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한자어 㧍拂이 있었습니다. 㧍은 "서로 잡아당김"이요, 拂은 "서로 밀침"으로 '서로 잡아당기고 밀침'이라는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이 단어는 여기까지입니다. 이후 강희자전에 㧍拂에 仿佛의 뜻이 있는 것으로 실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가차입니다. 이런 일은 한자 낱자의 변천 과정에서도 나타나는 일입니다. 한자 낱자에서도 파생자가 성부의 의미를 그대로 물려받는 가차 현상이 종종 목격됩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星(별 성) 자는 원래 '날씨가 개다'의 뜻이지 '별'이라는 뜻은 없었는데(자원: 별(晶)이 밤하늘에 나타나다(生) → 날씨가 개다), 이후 晶 자의 의미를 물려받는 가차 현상이 일어나면서 '별'이라는 뜻이 생겨난 것입니다(전국시대 때 일어난 변화로, 晶 자의 '별'의 의미가 희미해지면서 생겨난 현상). 한자어인 연면사의 발전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한자와 한자어를 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원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㧍拂이라는 한자어가 만들어진 뒤, 여기에 髟를 더해 髣髴이라는 한자어가 만들어집니다. 이 한자어는 '연면사'입니다. 髣과 髴이 먼저 있어 이 둘을 결합한 것이 아닌, 㧍拂로부터 만들어진 한자어이기 때문에 글자 단위로 쪼갤 수가 없습니다. 연면사의 40~50%는 의성어나 외국어의 음역이 아닌 이처럼 평범한 한자어가 어원입니다. 다만 후대에 髣과 髴을 단독자로도 썼었는데(한어대사전에 보이듯이), 이것도 연면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한자어를 구성자 한 글자로 줄여서 나타냈던 이른바 약어 현상은 한문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宰相을 相 한 글자로 나타내고, 學校를 校로 나타내듯이요. 한동안 髣髴을 줄여서 髣이나 髴 한 글자로 쓰기도 하다가 마침내 髣과 髴이 분리되어 독립된 글자로 발전하는 분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유사 사례로 排憂(배우: 근심을 물리치다)에서 나온 俳優(배우)라는 연면사를 俳나 優 한 글자로 줄여서 쓰다가 나중에 분리되어 분화되었는데 여우주연상 같은 데서 쓰는 優의 '배우'라는 의미는 그 흔적입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髣髴은 머리카락(髟)이 서로 당기고 밀치는 듯한(㧍拂) 모습을 나타내어 '난발(亂髮)인 머리카락'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 모습에서 이후 '어지럽다', '희미하다, 어슴푸레하다'와 같은 뜻들이 나왔고, '희미하다'의 뜻으로부터 '비슷하다'의 뜻이 나왔는데, '희미하다'의 뜻과 '비슷하다'의 뜻은 이후 모양과 관계되는 亻 변(예: 像, 似)을 더해 의미를 강조하여 따로 仿佛이라는 표기로 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彷彿이라는 표기는 이미 말씀드렸지만 오류입니다. 彷 자는 彷徨이라는 연면사를 위해 만들어진 자이니까요. 亻 변과 彳 변은 傳 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 뿐 아니라 갑금문 시절조차도 혼동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