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는 文이고, '회의'는 字입니다. 字는 文 또는 다른 字를 둘 이상 결합한 것을 말합니다.
애초에 육서라는 개념 자체가 후대 사람들의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습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갑금문 시대의 고대 중국인들은 육서처럼 딱딱한 분류를 만들어서 한자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저는 봅니다. 그리고 육서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육서라는 개념을 최초로 정리한 허신은 갑금문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지사'가 꼭 '지사 부호'가 존재해야 '지사'인 것은 아닙니다. 그건 현대의 학자들이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론입니다. 설문해자서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曰(왈)의 도문 今(금)은 육서로 분류한다면 마땅히 '지사'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그 안에는 지사 부호가 없습니다. 저는 도문이나 생획 역시 지사의 성격으로 분류합니다. 생획의 예로는 區에서 세 口 만을 추출해 만든 品(물건 품)이나, 爲(할 위)의 코끼리 얼굴 부분만을 취해 만든 危의 갑골문자의 예가 있습니다. '지사'의 정의를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하자면, '회의나 형성처럼 字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황을 표현한 것'이 됩니다. '지사 부호'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幻 같은 글자도 전서 기준으로 予의 도문인데, 설문해자에서는 딱히 '지사'라 하지는 않았지만 '회의'나 '형성'이라고도 하지 않아서 허신이 도문을 지사로 보았는지는 애매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허신이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다른 일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덧글 달게요.

일이 바쁜 날에는 제가 덧글을 잘 못할 수 있습니다. 우선 양해 부탁드리고요.

㔾은 의심할 여지 없이 '상형'입니다. 우리가 '무릎 꿇고 앉을 절'이라고 훈하기는 하지만, 그 글자가 그런 의미로 쓰인 적은 없습니다. '무릎 꿇고 앉은 사람' 그 자체를 나타내는 요소로 더 많이 쓰였습니다. 양보해서 '무릎 꿇고 앉다'의 의미로 쓰인다고 하더라도, 一, 二, 三 과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一, 二, 三은 '산가지'와 전혀 관련 없는 의미 범주인 반면, '무릎 꿇고 앉다'는 '무릎 꿇고 앉은 사람'에서 충분히 인신될 수 있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一, 二, 三은 누가 보더라도 '상형'이 아닙니다. 작대기 하나를 가지고 산가지를 상형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한 일', '두 이', '석 삼'이라는 내용을 우리가 알고 바라보기 때문에 산가지라고 추측이 가능하게 될 뿐입니다.

毓의 육서는 하나로 분류하기 애매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장 가까운 것은 '형성'이지만, 지사 부호의 존재 때문에 순수 형성으로 분류하기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지사'로 분류하기에는 여러 문자 요소가 쓰여서 순수 文으로 분류하기에도 부적합합니다. '상형'은 더더욱 아니고요,

지사 부호가 없는 초기 자형이 발견되었다면 그것은 형성입니다.

그리고 부건과의 결합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최소한 子는 있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만일 子가 있었고 '아이 태어날 돌'은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고 毓에서 최초로 '子의 180도 회전'으로써 쓰인 것이라면 그것은 마땅히 '지사'로 분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子의 180도 회전과의 결합을 字로 보아 '형성'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경우도 육서의 하나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하지만 여러 증거가 子보다 '아이 태어날 돌'이 더 먼저 있었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毓에 쓰인 '아이 태어날 돌'은 毓보다 더 먼저 있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육서를 물어보시기 위한 가정이었다고 이해하겠습니다.

상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내용이 많아서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요..
시간을 두고 음미하겠습니다.
수십년간 이룩하신 엄청난 지식을 이렇게 야금야금 빼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감사에 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