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형'은 하나의 사물을 본떠 만들어져 그 사물 자체를 가리키는 것을 말합니다. 一, 二, 三은 산가지 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 '하나', '둘', '셋'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인 수량 그 자체를 의미하므로 상형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一, 二, 三이 산가지를 여러 개 나열한 것을 나타냈다는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현학적인 주장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냥 가로 획 몇 개를 그어 수량을 나타냈다고 봐도 됩니다.)

'지사'는 설문해자식 정의대로라면 '눈으로 보아서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말이 다소 모호한데, '상형'의 범위를 제하고 나면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정리가 됩니다. 毓의 경우, 지사의 성격이 매우 짙습니다(아이가 태어나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

육서는 자원에 대한 분류입니다. 仌이 冫으로 변한 것은 서체가 변한 것이지 그게 알아보기 어렵게 변했다고 해서 '지사'라고 분류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모든 상형 문자의 해서 글자들은 모두 지사자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리고 毓의 양수 부분에 대해서는, 지사가 맞습니다. 그런 식의 '부호'는 여러 글자들에 나타납니다. 安의 갑골문자에도 女 주위에 땀으로 보이는 점들이 찍혀있습니다. 疒의 갑골문자 역시 사람 주위로 땀으로 보이는 점들이 찍혀있습니다. 이런 '부호'는 땀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땀을 '상형'한 것이 아니라 '지사 부호'로써 표현한 것으로 봅니다. 그 자체로는 상형의 성격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글자가 나타내는 상황 속에서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지사 부호'로 취급합니다. 다시 말해, 毓에서 해당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봤을 때 누가 봐도 '양수'의 상형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상형'이겠지만, 아니므로 '지사 부호'인 것입니다.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추가 문의사항은 별도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