旣(이미 기) 자는 밥상을 나타낸 皀(곡식 향기 급/벽) 자와 고개를 뒤로 돌린 사람을 의미하는 旡(목멜 기) 자로 이루어져, 밥을 다 먹고 배가 부른 상황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旡 자 역시 후대에 창작된 문자로, 문자학적으로는 欠의 변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홍콩 사이트에서 旡를 검색해 보면 갑골문 자형이 출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저는 그 자형이 旡 자가 아니거나 欠의 이체자로써 발견된 것으로 봅니다. 학자들의 갑골문 예정(隷定)도 은근히 오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巴 자를 chineseetymology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갑골문 자형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자형이 巴 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제가 예전에 디씨 언어갤러리에 올렸던 巴 자 갑골문 오류 관련 글을 링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 근거로 旡 자가 금문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정황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旣는 배가 부른 상황을 표현한 글자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꺼억 하고 트림하는 동작까지 나타낸 것으로 봅니다. 음 [기]는 트림하는 소리에서 나온 자음이며, 다른 글자인 气(氣) (음이 완전히 같음) 자 역시 트림을 의미합니다. (气(氣) 쪽은 좀 더 직접적으로 트림을 의미합니다.)

槪 / 槩는 서로 同字로, '평미레'가 원뜻입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木+气 구조의 글자도 나오는데, 《정자통(正字通)》에 따르면 木+气 또한 槪/槩와 同字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槪 / 槩 자의 旣 자는 단순 성부(聲符)가 아니라 의미와도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기실 형성자에서 성부가 단순 성부인 경우는 의성어나 외국어, 방언의 음역인 경우가 아니면 없습니다. (원래 중국에 [개]라는 말이 있었고 木 + 旣로 槪라 그 말을 표현했다 - 와 같은 논리의 글자는 없습니다.)

槪에서 旣는 남은 밥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닌가 짐작됩니다. 평미레는 통 안의 곡식을 밀어서 딱 정확한 양만 남도록 하는 기구인데, 그런 의미에서 旣 자가 쓰인 것으로 판단됩니다.